연못 수면위 그림은 욕심 없이 그려진 그림입니다.
하늘이 구름이 나무가 바위가 그려지고
낙엽이 날리어 비치고
수면 아래에는 붉은 잉어가 그림 위를 흔적 없이 노닐고
욕심이 없다는 말은 이러한 일을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어떤 날의 수면은  바람이 불어 그림조차 없어 보이지만
그림은 늘 그 자리라서
바람 없는 날이면 나타나 보입니다.
지나는 가을 잠자리의 눈에도 잘 보이니
의심으로 부릅뜬 우리네 눈에는 더욱 잘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욕심 없는 그림은 그냥 그려진 그림을 두고 하는 말인가 봅니다.
우린 모두 이러한 그림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삶 속에는 살아온 흔적이 그림으로 그려져 있고
사랑하고 이별하고 또 사랑하는
하루하루 꿈꾸고 살아가는 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누구는 흔적이 욕심이고 번뇌고 죄고 아픔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이러한 삶의 그림은 모두가 알고 보면 욕심 없는 그림이고 붉은 잉어가 흔적 없이 움직이는 연못입니다.

그 그림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내 마음 잠시 멈추고,
그 사람을 그저 바라다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인연이 아니고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어도
연못에 그려진 그림은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속을 안 보이던 연못도
매년 가을이면
속살이 투명해지고 차가워지고
겨울 먼저 오는 소리를 냅니다.

연못을 지켜보면 알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를
그냥 지나치게 되는 것은
마음이 물결보다 늘 분주하기 때문입니다.

늘 지나가는 하루지만
날 사랑하는 하루가 오늘이기를 바랍니다.
내가 날 사랑해서 가꾸고 가꾸어 아름답기를 하늘 같이 하여
붉은 잉어 노니는 연못에 비치기를 바랍니다.

2010. 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