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걷다

우주를 걸어가다 보면
발아래가 허공일 때가 있다.
아득하여
기억의 산들은 높낮이가 없고
마실듯한 바다는 갈증만 더한다.  

무심하게 걸어가는 길이
별을 따라 걷는 일 같아서
한 소리 듣고
찾아가는 길은 아니다.

심심하게 걸어가다 보면
간혹 펼치는 손바닥에 은하수 가리우고
간혹 기침 소리에 적막은 깨어진다.  
그러고 보니
여기서도 가리고 깨어지니
애써 허공을 걸어갈 필요가 없다.
여기서도 발아래가 우주다.

달빛 아래
맑은 매화와 단아한 산수화
노란 개나리 펼쳐진 이 봄 길 따라서
우주 별이 찾아온다.  

예나 지금이나 발아래는 우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