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온 뒤

산으로 난 길을 따라

구름이 파란 하늘 모자 쓰고

낮달을 찾아들면

수직으로

뚝! 떨어지는 시간을 걷는

신발쟁이

마을 어귀

촌로(村老)의 등에 기댄 당산나무

세월을 따라

수직으로

뚝! 떨어진 하루를 보내는

참으로 한가로운

신발쟁이

밭 뚝

복사꽃에 맺힌 방울은

분홍 신을 신었고

걷는 걸음마다

하늘 구름이 따라들면

쟁이의 미소가 번지고

봄비 온 뒤

수직으로

뚝! 떨어지는 시간을 메고 가는

신발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