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綠의 革命


순간의 계획이 아니라
기나긴 계획을 실천하는 듯
연둣빛 잎사귀들은 담담하게 피어나서는
나의 두 눈을 지배하고 차가운 이성을 파고들었습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싱싱해지고
신경(神經)의 구석구석을 점령하고
온갖 꽃들도 피고 지고를 반복하자
태풍처럼 불어 닥친 사월의 혁명군은
쌀쌀하던 나의 경비대를 무참히 살해하고
한 조각 바리케이드 마저 벗겨버리며
나에게 완전한 나신을 요구합니다.

이성과 감성을 빼앗고
진실과 거짓을 빼앗고
감각과 논리를 빼앗고
기억과 언어를 빼앗고
있음과 없음 마저 빼앗아 버렸습니다.
사월(四月)의 혁명군은
나를 완전히 벗기고 푸른 군복을 입혔습니다.  

동토(凍土)에서 세운 계획은
가지와 가지 끝에서
언어를 초월한 잎으로 피어나
존재와 비존재를 비웃고
단박에 갈등을 깨트리고는 공간을 점령했습니다.  
모습이 선명해지자 이름도 선명해졌습니다.


이렇게 인위(人爲)를 상실한
나목(裸木)의 참을 수 없는 혁명을 지지(支持)합니다.


의심 가득한 세상에서
눈치 없이 성공한 사월의 혁명은
결단코 아마추어의 서툰 솜씨가 아니고
영겁(永劫)의 담금질로 다듬어진
알 수 없는 장인(匠人)의 솜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