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어진 뭇 소나무

노을 따라 산에 살아

스스로 멋스럽고 멋스럽구나

지나온 구름 벗 삼았으니

잔솔에 머물다 가는 바람이 청정하고

하늘을 꾸짖듯

산을 뚫고 곧게 자란 금강송

스스로 단지 (斷指)하니

푸른 기상 앞에

구름도 움츠려 흩어지누나

담장 없는 산사(山寺)

무심한 선승의 코 고는 소리에

지난밤 산새들만 선잠을 잤는가

솔향 내려앉은

산사 법당(法堂) 풍경 소리는

구별 없는 바람 소리라도

목탁 소리 한 점 한 점은

새벽어둠 열어 주는 문고리를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