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지고 여름 오듯
잎 지고 겨울 오듯
꽃 피는 봄이 오고
씨알의 가을이 왔습니다.

이별 때문에 계절을 살지 못하는 애잔한 사람의 눈물에 가을꽃은 멍울이 들고
심풍(心風)에 바랜 잎들이 뒹굴고 있습니다.

당당한 여름 나무도 텅 빈 인연(因緣)의 일을 알지 못하는 까닭에 떨구는 자신을 주체 못 하는 가을을 지나고 있습니다.

나뭇잎 떨구는 일이 가을의 일이듯이
이별은 사람의 일입니다.

하지만 가을이여

서리꽃 피어도
기억꽃 떨구지는 마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