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발길도 허락지 않는 외진 곳
인간이 만든 창조물의 가장 높은 곳
선한 이의 주검이 매달린 십자가보다 높은 곳


계절의 유혹에도 무던함을 지키고
세월의 무관심에도 뚝심을 지키고
역사의 곡절로부터도 초심을 지키며


자신에게 고하는 솟대처럼 살아온 이름이 있다.


하늘 끝으로부터 지구 중심까지
수직으로 관통한 뚝심을 간직하고
초심으로 서 있는 그곳에
찰나의 섬광이 우주를 관통할 때


우주 농부가 씨 뿌리는 전율을 느끼며
살아가는 이름이 있다.


기다림에 텅 비고 갈라진 육신이지만
하늘을 찌르듯 응시하니
햇살도 바람도 비껴간다.

붉게 산화되어 사그라지는 흔적이고
물방울 하나 머물 수 없는 수직적 삶이지만
뚝심과 초심은 그곳에 서 있다.

색은 빛의 향연, 이것에 취하여
무관심이 수평으로 퍼지는 오늘
무던하게 산화되어 사그라지는
세상의 모든 피뢰침에 고한다.


''찰나의 섬광에 영원의 우주를 관통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