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가 뛰는 가슴 속으로
손 하나가 쑤욱 들어와
갈비뼈 하나를 뚝 부러뜨리고는
확 빼내 가져간다.

심장의 헐떡임, 호르몬의 수치
근육의 경직 등은 아랑곳없다.
심장의 파열음...
식은땀으로 젖은 침대 위
긴 시간이 지난 것은 분명하다.

마약 성분의 진통제가 더는 듣지 않아서
심장이 고통에 견디지 못하는 파열음은
남용이 가져온 결과다.

언어로 살아 있음을 확인하던 두 사람은
장롱에서 각자가 숨겨 온 칼을 꺼내어
서로의 심장에 꽂았다.

국과수 감식반장의 말은 이렇다.
의사 처방의 권고 무시가 원인이고
사인은 심장의 손괴와 과다출혈이다.

웅웅거리는 냉장고에 붙어 있는
의사 처방전엔 바랜 한글로
'오남용 금지'라고 쓰여 있고

웅웅거리는 소리가 닿는 벽
액자 속 혼인서약서는
기억의 저편 너머에서 온 듯
'고통을 감내하고, 서로 사랑하며'라는
자필이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