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이 꼭 필요하거나
옆에 누군가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름다움은 자신이 피어났을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누군가 보아준다고 더 아름다워지거나
혼자라서 덜 아름다워지는 것도 아니어서
아름다움은 스스로 피어났을 때
붙여지는 이름입니다.

한 송이 한 송이 모인 찬란한 꽃밭도
이 몸 지고 나면 의미 없는 꽃밭이라서
꼭 머물러야 아름다운 것은 아닙니다.

기억에 스쳐 가듯 흔적 없는 꽃도
피었다 피었다 하며 바람에 실려 간
향기 향기만으로도 아름다운 것입니다.



애벌레의 꼼지락거리는 생각입니다.



무엇이 제 몸을 감싸도는 지금
사위(四圍)의 모든 언어가 차단되고
바람에 실려 맴돌던 제 몸이
나비처럼 날개를 달고 있습니다.

제 몸으로 제 몸을 부수고
아름다운 날개를 달았습니다.
놀랍게도 향기 향기 따라서
하늘을 날고 날고 있습니다.

하지만
찾을 수 없는 흔적을 남기는 당신을
저는 마중도 배웅도 할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