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들이 피는 꽃다운 봄날이면

마음의 책장에는

꺼내지 못한 한 권의 시집이 있다.

소리 없는 책장에는

비워진 종이 위에 쓰인

30년 전에 꽂아둔 낡은 한 권의 시집이 있다.

목련, 목련들이

하얀 하늘을 만드는 날

목련 빛 햇살이 비추는 날

따스한 이야기, 읽을 수 있기를 바라지만

세월 따라 비우고 비워서

빈자리가 많은 마음에

앉을 의자 하나 없어지면

어이하나 어이하나 하고, 이야기를 꺼내다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이곳에

다시 꽂아둔 한 권의 시집이 있다.

하늘 물들인 목련, 읽지 못한 이야기들

여전히 책장에는

한 권의 시집이 있다.

비워진 종이 위에 소리 없이 쓰여

다시 비워지고 비워진

꺼내지 못한 한 권의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