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언어

파도에 밀려와 해변에 널려있는 해파리는
뱉은 가래처럼 햇볕에 바래고 있어
선명한 해안(海岸)은 바다의 성대(聲帶)라는데 이견이 없다.

'철썩철썩 쏴아쏴아' 소리가 들린다.
지구의 나이만큼이나 오래된 이진법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1과 0으로 나들기를 무한히 반복하는 바다의 언어는
1에 맞추면 어느새 0이 되고 0에 맞추면 어느새 1로 수렴한다.
장단(長短)과 옳고 그름의 벽을 부수고 무한히 퍼지는 이해할 수 없는 언어는 어떤 너머에 존재하고 있어
어부는 허리 굽혀 절하고 가끔 용왕제를 지내고는 했다.

미역을 따며 자식 셋을 두고 있는 어부의 아내는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는 남편이
바다에 살고 있다며 큰 애가 예순이 되도록 믿고 있었다. 아마 친정 아비도 그렇게 바다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부의 아내는 바다의 언어를 배우는지
틈틈이 해변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마을 당산나무 아래에서 그녀가 미쳤다며 수군수군하던 아낙들이 세월에 하나씩 다 따라가고
그때쯤, 가슴을 바위처럼 때리기도 포말처럼 쓰다듬기도 하는 언어를 알아듣는지
젊은 모습의 남편이 바다에서 부른다며
0과 1로 깊게 파여 주름진 두 볼에 홍조를 띠고 미소를 지으며 바다로 갔다.

지금도 그녀가 바다처럼 살다 간
긴 해안을 따라서 미역 줄기와 해파리 널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