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 오면
이제 가을이네

차가워진 하늘을
땅속의 뿌리도 알게 되네

숲이 갑작스레 물들고
낙엽이 흔해지고
벌레도 제집이 귀해지고

거두어진 고구마 넝쿨을 바라보던

밭두렁의 쑥부쟁이도
푸르른 감잎도
뿌리가 전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네

이 비 그치면
물든 숲, 넓어진 하늘엔
기러기 떼 구름 물고 지나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