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뜰

시를 쓰다가 문득
시가 아니어서 깜짝 놀랄 때가 있다

본래 모습을 잃은 것인지
본래 모습을 찾은 것인지
알 수 없다

뜰 앞 감나무는 서리맞은 감이 무성하다
나는 생각이 무성하다
나도 가을 뜰에 서 있나보다

이런 나에게 시집(詩集)을 선물한다
고급진 식사를 차려준다
그도 가을 뜰에 서 있나보다

괜히 창을 열어본다
화단에 심어둔 국화 향이 진하다
아! 온 뜰이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