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에 담겨 살아가는 삶은
담근 더덕주 같은 모습이다

더덕향처럼 병에 갇힌 의식은
선명하기를 원하지만
좀처럼 뚜껑은 열리지 않는다

술에 서서히 용해되는 더덕 성분처럼
본래의 모습을 잡고 있는 의식들은
취한 듯 하나씩 고리가 느슨해진다

수십 년 된 더덕이 병에서 십수 년을 지났다
선명하고도 분명하게
태어난 시간에서의 존재성을 잃었다

우리의 청춘과 삶처럼

뚜껑의 개봉은
분명 진한 향기로 시작되겠지

누가 있어 이 술을 마시고
더덕은 한 번 더 우려내거나 버려지겠지

세월에 담긴 더덕과

초월성을 전달하는 향기로운 술은

자신의 삶에 대하여 이렇게 주문한다

안주로 쉬 익은 김치는 싫다
향기에 어울리는 우러난 사람이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