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견사지 석탑은

하늘 맞닿은 빈 절터를 마당 삼아

천년을 하루 같이 보냈다.

구름이 가려주어

햇살이 비켜 갈 때도 있고

햇살이 강해서

구름이 물러날 때도 있었다.

이러한 구름과 햇살을

디디고 선 석탑의 하늘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지만

누군가 텅 빈 절터에

절을 짓고 나서는

바스러져 가는 탑신을 향해

기도하고 구경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밤이면 쏟아지는

별들의 쉼터에

인적이 생기고 난 후부터

탑 꼭대기 앉은 새 한 마리

예나 지금이나 같은 자리지만

날아가는 날개짓은 왠지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