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오늘은 술 한잔 했습니다.
밤 깊어 내리는 빗소리에
늘 쉽게 견디던
그리움이 무너진 빈자리에
술 한잔 부었습니다.

마시지 못하는 술에
취기가 번져서
비틀거리는 그리움이
제자리에 앉았나 봅니다.

이제 창문으로

빗소리 들리는 비가 내리면
빗소리 따라서 내리는 그리움이
살짝 취하도록
술 한잔 해야겠습니다.

리모컨이 뒹구는 소파에
기대어 앉았습니다.
TV를 켜도
알 수 없는 말들이 흘러나옵니다.

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