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탑의 오만으로부터

겸손한 언어가 사라지고

편견의 언어가 세상에 퍼진 뒤

신의 언어는 숨어버리고 말았다

詩는

신의 언어를 찾기 위한

뭇 사람의 몸부림

겸손과 정결로 만든

벽돌의 탑이 아니면

신의 언어를 들을 수 없나니

詩는

신과 가장 가까운 언어

사라진 언어

오만과 편견 없음이 진실한 사랑

오만 없음은 편견

편견 없음은 오만

詩는

심중心中의 탑, 행심行深의 밀어密語

곁눈으로 보아서도 안 되며

물음을 통해 보아서도 안 된다.

흔한 나목裸木들과

구절초 꽃잎에도 그려진 바벨탑

詩는

신의 그림, 약속의 언어

신을 선택한다면 오만이며

스스로의 선택으로

신의 정원에 들었다면 편견이니

詩는

간절한 기도, 영혼의 서약

오만과 편견을 버리고

신의 언어를 만나기 위한

올바른 선택은 신의 뜰에

하얀 백지白紙를 내미는 일

詩는

비밀의 문門, 무너진 바벨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