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햇살이 머무는
아파트 남쪽 벽에 기대어
소나무와 목련이 가지런히 서 있습니다

까칠한 수염의 잎 푸른 소나무와
얇은 블라우스의 아름답고 탐스러운 목련에게
촉촉한 비가 내려서일까요
떨어져 쌓인 멍든 꽃잎에는 입술 자국이 선명하고
소나무 줄기에는 손톱자국이 선명합니다

서로 다른 둘
어떻게 사랑에 빠졌을까요
어떠한 언어로 둘은 속삭일까요

잠시 열린 창으로
빛의 전령이 마련해준
둘의 침실을 엿보고 있지만
엿보는 내내
숨 가쁘게 퍼지는 3월의 향기에 취하여
둘의 속삭임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3월이 오면
소나무와 목련처럼
남쪽 벽에 가지런히 기대어 서 보려고 합니다
둘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을까요
둘의 언어를 배울 수 있을까요
또다시
다투어 피는 향기에 취하지는 않을까요.